매주 3회 발송하는 유료 레터 [스타트업]의 콘텐츠입니다. 가입은 [클릭]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8656 하세요.


@그때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날. 김이 잔뜩 서린 마을버스 창가에 앉아 손가락으로 그리운 이름을 쓰기. 모두 한번 쯤 겪어본 겨울의 낭만일 것이다. 하지만 한겨울 새벽 차를 몰고 출근해야 하는 운전자에게는 낭만이 아니라 페인포인트가 된다.

교통수단에 생기는 김서림 현상은 자칫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걸 해결하기 위한 여러 기술이 나오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투자한 ‘아이테드’는 김서림, 습기, 성에, 착빙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여러 곳에 적용할 수 있는 투명열선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나노사이즈로 가공된 금속나노파티클을 유리나 필름 위에 반도체 공정기술을 응용해 가공해서 적용한다.

현재는 자동차 분야에 주력하여 전면유리에 투명열선 기술을 적용해 일교차가 심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차량의 김서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근엔 자율주행차량에 적용되는 센서들의 동작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도 확장하여 시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아이테드 투명 열선 시제품 테스트 결과. 왼쪽 하단을 보면 김서림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아이테드 제공
아이테드 투명 열선 시제품 테스트 결과. 왼쪽 하단을 보면 김서림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아이테드 제공

◇회사 폐업, 어머니의 암, 늦둥이의 탄생

아이테드 서지훈대표는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서 새로운 터치센서 개발을 주도하며 국내 대기업과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시장환경에 의해 폐업이 결정되었고, 이 기술에 대한 아쉬움과 향후 가능성에 대한 확신으로 투명전극이 아닌 투명열선 적용에 대한 고민을 진행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당시 진행되었던 카이스트 창업원의 창업행사 테이블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엔지니어 출신의 창업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원천 기술 그 자체의 구동 원리에 대해서만 몰입하여 시장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고 창업에 뛰어든 상태였다. 게다가 팀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파트너를 구하는 것도 녹록치 않아 사업 진행과 초기 자금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누구나 창업은 매우 힘든 결정이고 그 과정은 더 어렵다고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당시 서지훈 대표 어머니의 암 발병과 늦둥이 셋째의 탄생 등 개인적인 어려움도 더해져 근 6개월을 사업 진행에 아무런 진척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나노와이어를 적용한 발열체 기술은 그 기술 수준이 매우 높고 선행 업체들도 기술 개발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던 분야이기에 기술 사업화에 대한 업계의 여러 의문들이 투자 유치를 어렵게 만들었다. 테크니션적인 성향이 강한 창업팀이 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잘 전개하며 판로를 개척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운 사정 가운데도 기술 개발에 대한 자신감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창업가 정신으로 계속해서 아이테드는 도움을 요청해왔고, 우리의 투자 이전 초기 멘토링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신규로 수립하는 것부터 시작해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함께 키워나갔다. 당시 좋은 기회를 통해 한남대 창업보육원의 프로그램을 연결하여 정부지원사업 지원금과 사무실로 활용이 가능한 보육공간에 입주하게 되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 관련분야를 전공한 박사경력의 직원 2명의 합류가 이어졌다.

이러한 의지와 성과에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초기 투자를 결정하였고 힘든 고비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 프로그램에도 선정되는 등 나날이 사업이 발전하는 모습을 빠르게 보여주었다. 창업 파트너로서의 우리의 역할에 보람도 많이 느끼고 창업자와 투자자가 한 팀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다.

아이테드 창업자 서지훈 대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제공
아이테드 창업자 서지훈 대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제공

◇200억원 구매의향서 확보...”테크와 결혼한다는 마음으로”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고 끈기와 노력으로 일궈낸 아이테드의 투명전극 발열체 기술이 이제 그 가능성을 인정 받으며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기존 자동차 전면유리 투명열선 기술은 해외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어 북미, 유럽 등 다양한 자동차부품회사들과 공동개발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까지 약 200억원 규모의 구매의향서(LOI)를 확보해 글로벌 사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러시아 등 신규 해외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전기차 센서 방해를 방지하는 기술로 적용되어 시제품을 개발 중에 있다. 이제는 완성차 시장에서도 아이테드의 투명열선기술을 적용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건축 분야로까지 기술 적용을 확대하여 습기나 성에가 흘러내려 생기는 곰팡이, 결로 발생 문제 등을 방지, 난방 효과 등을 줄 수 있는 창호 및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까지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아이테드의 기술이 적용된 투명열선 자동차, 건축, 인테리어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흔히 스타트업 투자의 과정을 ‘결혼’과 비슷하다고 빗대어 표현하고들 한다. 단순히 겉모습이나 가지고 있는 부를 보고 미래의 기대를 맞추려 한다면 기대와 다른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때 서로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함께 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테드의 초기 투자자로서 딥테크 스타트업이 사업을 시작하며 겪는 문제와 여러 어려움들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쉽지 않은 문제들을 정직하게 나누고 조언에 귀기울여 주면서 한 팀으로서의 두터운 믿음을 보여준 아이테드의 성장에 투자자로서 다시 한 번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초기 스타트업들의 어려움을 함께 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 기고를 마친다.